국장

 안양문화원이 지난달27일주최한34회단오절행사에 지난해 와같이 그네체험은 없었다.

단오절은 음력5월5일로 올해는 양력5월30일이었다. 단오절 행사는 양력과는 무관해 5월5일이 겹치는 날에 행사를 한다.

그러나 안양은 3일이나 앞당겼다. 올해 단오절행사를 주관한 문화원의 실무국장은 안양시홍보업무책임자였던 공직자출신의 임건택 씨로 바뀌고 원장은 그대로다. 그래서 이해가 안 된다.

생각하기 따라서는 설명이 없다보니 지난해의 지적에 오기(傲氣)로 생각이 든다. 그것이 아니라면 오해하기에 충분하다.

전통문화 체험학습프로그램은 운영하면서 정작 전통문화인 그네 뛰는 행사가 없음은 이해가 안 된다. 필자는 문화원에 그 이유를 문의하니 그네를 맬 곳이 없어서라고 했다.

그러나 임건택 국장의 말은 달랐다. 그네 체험이 없었던 것은 이사회의 결정이고 작년행사는 자신이 오기전이라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네가 단오절행사의 전부냐며 여러 변명을 하다가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변명이 궁색했던 것으로 이해한다.

임국장의 말처럼 그네가 단오절행사의 전부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신경질을 부리고 전화를 끊기 전에 설득이 우선이다.

임국장은 안양시 홍보실장출신으로 기자의 전화취재 를 누구보다도 잘 알줄 알았다. 그래서 실망을 했고 이것이 문화원의 현주소라 생각된다. 누구도 거짓이 쌓이면 신경질로 변한다. 그래서 어설픈 변명이나 속보이는 거짓보다는 솔직한 것이 좋다.

잘못은 누구나 고치면 된다. 또 전통문화를 발굴보존하며 계승할 줄 아는 문화원이라면 행사의 비중과 옥석(玉石)은 가릴 줄 알아야했다.

민족의 고유명절인 단오절은 수릿날 또는 천중절(天中節)과 중오절(重五節)이라고도 불렸다. 또 일 년 중에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해서 추석과 설, 한식 등 4대명절의 하나로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 농사를 하는 남자는 씨름으로 힘을 자랑해 입소문을 냈고 길 삼을 하는 아낙네들은 창포(菖蒲)물에 머리감고 그네를 뛰며 바깥의 힘센 남자를 훔쳐봤다고 한다.

이는 오랜 동안 내려오는 우리민족의 고유풍습이지만 지금은 상상이 안 된다. 그래서 보존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남자는 씨름으로 힘을 자랑해 아낙네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했던 씨름체험은 있었다.

그런데 아낙네들이 힘센 남자와 바깥세상을 훔쳐봤던 그네는 없었다. 옛 문화의 발굴과 보존과 계승해야 할 문화원이 단오절행사에 씨름은 있고 그네가 없는 것은 시쳇말로 성(性)차별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이해가 안 된다. 특히 여성들 중에는 직접 뛰어보고 싶은 그네가 없다보니 불만과 아쉬워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앙꼬 없는 찐빵에 비유하며 행사의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문화원의 이런 무성의 행사에 시민들의 불만은 올해도 비등(沸騰)했다. 그네 없는 이번행사는 관객들을 실망시키는데 충분했다. 또 60만 시민들의 염원이자 이필운 정부가 추진하는 안양의 부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분노의 중심에 있는 문화원은 옛 선조들의 문화를 발굴하고 보존해 후손들에게 알리고 계승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댕기머리의 처녀들이 창포물에 머리감고 그네에 올라 담장 밖을 훔쳐봤던 풍습은 보존하고 계승해야한다.

옛날 농기구인 호미는 전시하며 아낙네들이 좋아했던 그네뛰기가 없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이는 감시와 견제권이 있는 의회도 반성해야한다.

예산만 승인할 것이 아니라 씀씀이도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한다. 그랬으면 이런 일은 걸러졌을 것이다. 또 문화원은 7천만의 예산으로 발간한 안양 지역 사가 부실로 드러나자 배포를 못하고 있다.

이런 부실이나 환수처리 같은 부정은 부흥을 열망하는 60만 시민들과 지역의 명예에 먹칠하는 것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안양시 체육회임원들이 회식자리에서 있었던 반년 전의 추태가 밝혀지면서 지역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

이런 창피 속에서도 문화원과는 비교되는 것이 있다. 물론 문제의 성격과 발단은 체육회와는 다르다. 체육회의 추태는 입에 담기도 싫은 해묵은 일이다.

문화원도 지난해 지역 인터넷매체가 비판을 제기하면서 일기 시작해 지금까지 해결이 없는 문제들이다.

두 조직은 혈세로 운영되는 조직들로 불신과 분노의 성격은 다르다. 그러나 체육회당사자들은 책임을 졌다. 이는 책임감이 무딘 문화원과 책임감이 예민한 체육회와는 비교가 안 된다.

문화원은 오랜 불신 속에 회계부정까지 적발됐고 최근에는 7천 만 원을 들여 발간한 안양 지역사의편집이 엉망 돼 배포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책임은 고사하고 일언반구의 사과가 없다. 보라. 모란은 꽃의 왕(王)이요 작약(芍藥)은 꽃의 재상(宰相)이라 했듯이 문화원도 사회단체의 왕(王)이요 재상(宰相)격이다.

그래서 크게 웃고 뛰어놀며 기뻐하는 환호작약(歡呼雀躍)의 문화원이 돼라. 그러기 위해선 책임을 목숨같이 여겨라. 구름(雲)은 해를 가릴 수 있어도 손(手)바닥으로는 해를 못 가림을 알라. 명심불망(銘心不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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