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모니터가 월 평균 1회 이상 직접 운전을 하는 전국 만 19세~59세 운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로드 레이지’와 ‘운전문화’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로 위 운전자의 난폭 행동 및 보복 운전을 뜻하는 ‘로드 레이지(Road Rage)’의 사례가 적지 않은 가운데, 한국사회의 운전문화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로드 레이지’라는 용어에 대한 인지도(21.8%)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으나, 실제 운전 중에 난폭 운전과 보복 운전을 목격하는 일은 잦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 10명 중 4명이 ‘로드 레이지’ 운전자를 매우 자주(1.9%) 또는 종종 보게 된다(37.1%)고 밝혔으며, 보통 수준이라는 의견(27.2%)도 상당했다.

운전자 대부분이 도로 위에서 가끔씩은 로드 레이지 사례를 목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로드 레이지 운전자를 별로 보지 못했다거나(30%), 전혀 본 적이 없다(3.8%)는 운전자는 적은 편이었다.

31%가 “보복 및 위협 운전 당해봤다”

실제 직접 로드 레이지를 당해 본 경험도 적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31.2%가 보복 및 위협 운전을 당해 본 경험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상대적으로 운전 경험이 많은 남성(남성 34.3%, 여성 26.5%)과 중장년층(20대 20%, 30대 30%, 40대 36%, 50대 38.8%)에게서 로드 레이지 경험을 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운전자 10명 중 1명(10.6%)은 자신이 보복 운전이나, 위협 운전을 해봤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역시 남성(남성 13.5%, 여성 6.3%)과 중장년층(20대 7.2%, 30대 6.8%, 40대 14.8%, 50대 13.6%)의 좋지 않은 운전 경험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굳이 ‘로드 레이지’라고 표현하지 않더라도 운전자들 간의 다툼과 언쟁은 상당히 자주 일어나고 있는 듯했다.

전체 운전자의 63.6%가 운전 중에 시비가 붙어서 싸우는 차량을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하면서 욕을 하는 운전자를 본 적이 있다는 운전자가 61.6%에 이르렀다. 다수의 운전자가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운전자들 간의 다툼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운전 중에 다른 운전자로부터 욕설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 운전자도 10명 중 4명(40.8%)으로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었으며, 운전 중에 욕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운전자가 58.6%에 달했다. 또한 23.5%는 운전 중에 성차별 발언을 들어본 것으로도 나타났는데, 아무래도 여성(40.5%)이 성차별적 발언을 들은 피해사례가 많았다. 다만 스스로가 운전 중에 시비로 다른 운전자와 다툰 적이 있다(6.8%)는 운전자는 별로 없었다

“상대가 ‘미안함’ 표현했다면…”

다른 운전자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욕을 하는 행위들은 운전 중에 발생한 과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로드 레이지 경험자와 운전 중 다툰 경험이 있는 운전자, 욕을 해 본 운전자를 대상으로 상대방 운전자가 미안함을 표현했다면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을 것인가를 물어본 결과, 대부분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우선 보복 및 위협 운전자의 85.8%가 상대방이 미안하다는 표현을 했으면, 자신도 보복 운전이나, 위협 운전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다른 운전자와 다퉈본 경험이 있는 운전자의 89.7%, 운전 중 욕을 해본 적이 있는 운전자의 89.8%가 ‘미안함’의 표현만 있었다면 상대와 다투지 않았거나, 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운전자들은 운전 중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할 때 주로 비상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때는 64.8%가,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때는 68.3%가 비상들을 켜고 있었다.

또한 손을 들어 감정을 표현하는 운전자(미안함 표현할 때 28.1%, 고마움 표현할 때 20.5%)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다른 운전자에게 표현하는 방법은 대부분 운전 중에 배우게 되는 모습이었다.

운전자의 67.3%가 따로 배웠다기보다는 다른 운전자들의 행동을 보고 알게 되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운전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다만 운전면허증을 딸 때 배웠다고 기억하는 운전자(8.4%)가 드물고, 아예 배우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는 운전자(24.3%)가 적지 않아, 기본적인 운전 예절 교육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도로문화는 문제 있다”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운전문화에 문제점이 많다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전체 10명 중 7명(71.7%)이 우리나라의 도로 문화에 문제가 있다는데 공감한 것으로, 30대 운전자(79.6%)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도로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가 가장 강했다.

또한 과거 같은 조사와 비교했을 때 이런 인식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14년 68.1%→15년 71.2%→17년 71.7%)을 통해서, 운전문화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운전예절을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요즘 도로 위에는 지킬 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바라보는 운전자가 전체 71.2%에 이른 것으로, 남성(67.5%)보다는 여성(76.8%), 그리고 30대 운전자(20대 71.2%, 30대 77.6%, 40대 68%, 50대 68%)가 운전예절을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요즘 도로 위에는 지킬 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바라보는 운전자가 전체 71.2%에 이른 것으로, 남성(67.5%)보다는 여성(76.8%), 그리고 30대 운전자(20대 71.2%, 30대 77.6%, 40대 68%, 50대 68%)가 운전예절을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고급차 몰아야 무시당하지 않아” 70.5%

상호간의 배려와 예절이 부족한 운전문화는 ‘힘의 논리’에 의해서 설명이 가능했다. 운전자 절반 이상(55.2%)이 도로 위에는 강자와 약자가 존재한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소유한 차량이나 운전자의 성별 등에 따라 도로 위에서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가 적용된다는데 공감하는 운전자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남성 50%, 여성 63%)과 30~40대(20대 47.6%, 30대 62.4%, 40대 60.8%, 50대 50%)의 공감도가 더욱 높았다. 한국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는 약한 경향이 있고(81.6%), 만만해 보이면 손해를 본다(77%)는 일반적인 인식들이 도로 위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운전자 10명 중 7명(70.5%)은 한국사회에서는 고급차를 몰아야 다른 사람들이 무시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자동차에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행동을 하는 운전자들의 태도에 대한 우려도 높은 수준이었다. 절반 이상(53.9%)이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있으면,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바라봤으며,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난폭하게 운전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가진 응답자도 55.8%에 달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87.2%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은 운전할 자격이 없다는 의견에도 86.5%가 공감한 것이다.

운전자 87% “음주운전 처벌 강화돼야”

음주운전이 위험하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으로,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하고(14년 84.7%→15년 81.6%→17년 87.2%), 음주운전자는 운전할 자격이 없다(14년 81.5%→15년 80.3%→17년 86.5%)는 인식을 내비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최근 들어서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의 음주 운전 사례가 자주 노출되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분노와 경각심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한국사회의 운전문화에 대한 다양한 지적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자신의 운전 습관 및 태도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점수를 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선 전체 응답자의 84.3%가 자신이 평소 안전운전을 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대부분 운전을 할 때는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93.5%), 주행 속도나 신호 등을 잘 지키고 있었으며(78.8%),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안전 속도를 지킨다(75.2%)면서, 자신의 운전 습관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반면 운전이 거칠다는 말을 종종 듣고(10.2%), 운전을 하면서 흥분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17.1%), 평소 운전을 하면 성격이 다소 급해지는 경향이 있다(25.9%)는 운전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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