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는 아름다운 청년 윤혁씨의 이야기 ‘뚜르 : 내 생애 최고의 49일’을 상영한다.

(이종수기자)  체육교사를 꿈꾸던 평범한 23살의 청년에게 ‘결체조직 작은원형 세포암’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병이 찾아왔다. 전 세계적으로 200여명에게만 나타난 희귀암이란다. 3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세계 최대 사이클 대회인 ‘뚜르드프랑스’에 참가, 49일 동안 3500km를 한국인 최초로 완주해 낸 청년 故이윤혁씨의 이야기가 뜨겁게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양천구 신월5동에서 여느 청년과 다름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윤혁씨. 체육교사가 꿈이었고 운동을 좋아해서 보디빌딩, 스쿠버다이빙도 즐겨하던 청년이었다. 엄마에게 종종 꽃을 선물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서슴없이 하던 싹싹한 외아들이었다.

항상 밝을 것만 같았던 윤혁씨의 하늘은 군 복무 중이던 2006년 무너졌다. 이름조차 희귀한 ‘결체조직 작은원형 세포암’ 판정을 받은 것. 발견 당시 이미 말기여서 최대 3개월의 삶만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의사에게서 받았다. 그의 나이 고작 23세였다.

2007년. 윤혁씨는 ‘1%의 희망’의 저자 랜스 암스트롱을 만나게 된다. 랜스는 암을 극복하고 세계 최대 사이클 대회인 ‘뚜르드프랑스’에서 7연패 완주를 해낸 인물이었다.

뚜르드프랑스 대회에 참가 결심을 한 윤혁씨에게 암이란 걸림돌 일 수 없었다. 건강한 사람도 감당하기 힘든 강도 높은 훈련을 진통제로 견뎌내며 그는 2009년 6월 30일 프랑스로 떠난다. 일정을 함께 해 줄 9명의 ‘뚜르원정대’와 함께였다.

윤혁씨와 뚜르원정대는 2009년 7월 4일 모나코를 출발해서 8월 20일 파리의 개선문까지 49일간 3500km를 한국인 최초로 완주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9번을 왕복해야 하는 거리였다.

단 한순간도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아니 오히려 더 굳은 삶에 대한 애착으로 부모의 든든한 아들이었던 윤혁씨는 그 다음해인 2010년 7월 15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젊다는 말조차 아까운 그의 나이 27세였다.

윤혁씨를 그냥 보낼 수 없었던 이들이 그의 삶을 담은 이야기를 영화로 완성했다.

‘뚜르 : 내 생애 최고의 49일’

뚜르드프랑스 대회에 함께 동행했던 영화감독은 49일 동안 매 순간을 필름에 담았고 윤혁씨의 뜨거웠던 삶에 대한 애정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촬영을 시작한 지 햇수로 8년 만에 영화는 관객들과 만났다. 지난 해 2016년 영화 시사회 날, 스크린 속에서 웃는 윤혁씨를 보며 울지 않은 관객은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양천구는 오는 5월 20일(토)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아름다운 청년 윤혁씨의 이야기 ‘뚜르 : 내 생애 최고의 49일’을 상영한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故이윤혁씨가 우리 양천구 주민이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윤혁씨의 어머니와 얘기를 나눴는데 나도 비슷한 또래의 아들을 둔 엄마의 입장에서 마음이 울컥했다. 이렇게 훌륭한 청년이 우리 주민이었다는 게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20일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부터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고 많은 이들이 윤혁씨를 보며 삶의 에너지를 얻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는 임정하 감독은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까지도 삶에 최선을 다했던 윤혁이의 눈빛을 생각하면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5월 20일(토) 영화 상영시 임정하 감독과 故이윤혁씨의 어머니 김성희씨가 참석해 관객들과 윤혁씨를 기억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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