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시스

 
(박진우기자)  세월호의 빠른 육상 거치를 위해 구멍을 뚫었지만 배수에 차질을 빚으면서 일정도 늦어지고 유가족의 반발도 커지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놓쳤다.

애초부터 더 큰 하중을 감당할 수 있도록 모듈 트랜스포터의 수를 늘렸다면 애초에 천공이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 무리하게 일정을 맞추려고 서두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세월호 천공을 21개 진행해 물과 진흙이 원하는 만큼 안 빠질 경우 모듈 트랜스포터 축을 24개 더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월호는 선체 무게와 화물, 해수, 펄 등을 모두 합쳐 1만4662톤에 달한다. 반잠수식 선박에서 자연 배수 방식으로 해수 약 1200톤이 배출돼 세월호 총 무게는 약 1만3462톤으로 추정된다.

이와반면 '모듈 트랜스포터'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는 1만3000톤이다. 이에 462톤의 무게를 줄여야한다. 해수부는 4월 첫째 조소기인 4~8일 내에 세월호를 육상에 거치하기 위해 세월호에 구멍을 꿇는 방법을 강행했다.

해수부는 "세월호를 부두로 꺼내는 작업은 정밀한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선박과 부두간의 단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4월 첫째 조소기에 맞춰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이날 오전부터 오후 4시까지 선체에 직경 60~70㎜ 구멍 15개를 뚫었다. 배수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무게를 줄이는 데 난항을 겪자 모듈 트랜스포터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6일까지 세월호를 육상으로 올리지 못하면 다음 소조기까지 일정이 15일이나 늦어지는 데 하루에 3억원씩 45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기 때문이다. 45억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보다는 모듈 트랜스포터 축을 24개 추가하는 게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해수부가 처음부터 더 큰 하중을 감당할 수 있는 모듈 트랜스포터를 선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세월호의 육상 거치가 늦어질 경우 상하이샐비지의 반잠수식 선박의 대여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유가족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무리해서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모듈 트랜스포터는 상하이샐비지가 계약한 것이고 일부러 해수부가 선체의 천공을 뚫기 위해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면 선조위에서 조사를 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천공에 동의한 건 그러한 악의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모듈 트랜스포터를 추가키로 하면서 천공 작업은 유명무실해졌다. 

천공의 크기를 넓힌다고 하더라도 4일로 예정된 진흙 제거 작업 시간 내에 462톤을 배수할 가능성은 적다. 이에 굳이 세월호의 훼손을 감수하고 천공을 15㎝로 뚫는 것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작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천공 작업이 실패로 세월호의 육상 인양은 기존 보다 1~2일 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는 당초 4일까지 펄 제거와 선체 무게 감량 작업을 완료하고 5일 모듈 트랜스포터 시험 운전을 진행한 뒤 6일부터 세월호 선체를 육상으로 옮기는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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