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운기자)  ‘둔필승총(鈍筆勝聰)’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다산 정약용이 즐겨 쓰던 격언이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둔한 붓이 총명함을 이긴다’는 뜻이다. 배우지 못한 사람의 기록이 똑똑한 사람의 기억보다 낫다는 의미다. 사소하더라도 기록하고 메모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이다.


둔필승총의 의미처럼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출장길이나 근무 중에도 틈틈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으로 남겨왔다. 30년이 넘는 공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홍 사장은 최근 이런 기록을 추려 ‘물은 흐르고 꽃은 피어난다’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내놓았다.
최근 경기관광공사를 책임지면서 자연스럽게 문화·관광자원을 둘러볼 기회가 더욱 많아졌다. 장소의 역사를 만나고 고유한 문화를 접하면서 생각에 넓이와 깊이가 더해졌다.


공직생활만큼 긴 시간 동안 ‘시인’으로 활동했던 그는 둔한 붓으로 기록한 이런 경험에 서정적 가사를 덧붙여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글 속에서 홍 사장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주변의 문화·역사적 사연을 따뜻하게 들여다보는 한 개인으로서, 또 문화 및 관광 분야에 실제 종사하는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지명의 유래나 지역에 얽힌 역사 등을 할머니의 동화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다가도, 현재를 조명한다. 그 지역의 다양한 사업과 현안 등을 살피는 모습도 보여준다. 다정다감한 해설사와 냉철한 전문가 사이를 오가며 자신을 반성하기도 한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관광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지요. 길을 가면서 역사를 만나고 문화를 접하고 이야기를 듣고 나누면서 마음을 넉넉하게 하는 가치 있는 일입니다”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책도 나그네(旅)의 여행을 보는 듯하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
먼저 ‘流(흐르다)’에서는 평소 인연을 맺었던 수원 파주, 안산, 양평, 포천 등 경기지역의 의미있는 장소를 가볍게 산책했다.


다음으로 ‘遊(놀다, 여행하다)’를 통해서는 경주, 통영, 순천, 부산 등 발걸음을 더 멀리 옮겨 도시 속 공간, 해외의 몇몇 장소들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惟(생각하다)’에서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서 다양한 견해들을 가감 없이 내놓는다. 오랜 공직 경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기 생각을 진솔하게 풀어간다.


한해가 지나고 또다시 새해가 왔다. 올 한해도 쉼 없이 달려온 우리에게는 잠깐의 여유와 쉼이 필요하다. 이럴 때 장소와 일상, 삶을 차분한 걸음으로 따라가는 여정을 따라가 보는 건 어떨까 한다라고 그는 되뇌었다.“물처럼 흐르던 일상을 되짚고 꽃을 피울 시간을 차분하고 신선하게 맞이해보자.”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