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김성대

가을은

바람결에 길게 늘어선

코스모스가 얼굴 붉히며

네가 있어 행복하다고 부둥켜 웃고 있네

지긋지긋한 우중에도

구김 없이 내리는 햇살에도

작은 마당에 빨갛게 익은 고추

가을은 벌써 가까이 다가왔네요

창문을 열고 지내기에는

새벽 공기가 선선하게 불어

유난히 일조량이 적은 탓에

오곡의 결실이 더디게 오고 있습니다.

울고 있는 매미 소리에

눈을 감아 살아 남기 위한 오늘

쉼 없이 기뻐해야 할 계절에

갑자기 독수리처럼 훨훨 날아가고 싶다

높다란 넓은 하늘을 보고

울부짖는 아픔도 없이

밤새웠던 세월의 흐름도 잊고서

꼭 그리운 사람이랑 한 편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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