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가 닥친 동양그룹이 막힌 자금줄을 뚫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그룹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그룹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조달하면서 은행 거래가 적었던 데다 신용도가 떨어진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이 은행권에서 빌린 자금은 약 6000억원에 불과하다. ▲산업은행 5000억원 ▲우리은행 700억원 ▲농협은행 500억원 등이다. STX그룹 계열사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이 11조원을 웃도는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반면 기업어음(CP) 등 비협약채권은 2조원을 넘는다.

이러다보니 주채무계열 대상에서 제외돼 채권은행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부분이 동양레져와 동양인터내셔널의 CP와 회사채인 만큼 채권은행이 끼어들 이유도 없다.

현재 우리은행의 여신은 모두 동양시멘트에, 산은과 농협은행의 여신도 동양시멘트와 ㈜동양에 집중돼 있다.

산은 관계자는 "우리는 ㈜동양과 시멘트에만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그룹 전체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레저와 인터내셔널과는 상호간 지급보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별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여신이 많아야 주채무계열로 선정돼 채권단이 구성될텐데 동양은 자체조달을 주로 하는 회사가 아니냐"라며 "그룹으로부터의 지원 요청도 없었다"고 말했다.

동양그룹에 자금을 추가 지원하는 것이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CP와 회사채 발행은 일반적으로 높은 금리를 얻는 대신 위험을 감수하는 조달방식이다. 굳이 은행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를 보전해 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룹이 법정관리로 향하는 경우보다 추가 지원을 하는 경우가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더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관리로 갈 경우 추가충당금을 쌓아야 하겠지만 여신 규모가 큰 편이 아니라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지원 규모가 얼마나 늘어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을 시작하는 것은 불필요한 모험이기 때문에 은행들은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마저 발이 묶여 동양그룹의 자금난은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양은 오는 30일과 다음달 24일 각각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299억원과 351억원을 차환 발행하기 위해 26일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하는 금융감독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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