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의회정기교류체제 회장을 맡고 있는 이병석 국회부의장은 지난 8월 20일 중국 전인대 대표단과의 연례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을 공동발표문 형식으로 금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새 정부 출범 이래, 그리고 지난 6월의 한·중 정상회담 이후 의회 차원의 첫 번째 공식 만남이었던 동 회의에서 양국은 일본의 우경화, 북한 핵문제 및 한·중 FTA 등 굵직한 현안들에 대해 빠짐없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근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최대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솔직한 입장을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발표내용이 주목된다.

먼저, 한·중 의회대표단은 최근 일본의 일부 지도자와 정치인들이 과거 역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역사인식에 입각하여 과거의 침략과 식민통치를 진심으로 반성하는 토대 위에서 주변 국가와 함께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자고 촉구하였다. 이는 일본의 퇴행적 역사인식에 대해 한·중 양국이 공동으로 우려를 표명한 최초의 사례로서, 일본의 잘못된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한·중 양국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일본에 대해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양국 대표단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한반도의 비핵화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고,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환영한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우리 대표단은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명기하였으며, 양국은 최근 남북대화가 재개되고 있는 것을 환영하고, 6자 회담의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 이는 양국 정상 간의 합의사항을 의회 차원에서 재확인한 것으로서, 향후 남북의 대화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데 있어 중국이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양국 대표단은 두 나라가 현재 추진 중인 한·중 FTA가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협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의회 차원의 교류가 양국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내실화에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한·중 의회정기교류체제는 우리나라와 중국 간 우호협력 관계의 유지·발전과 양국 의회 간의 교류·협력 강화를 위해 2006년 9월, 당시 김원기 국회의장과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체결한 바 있는 한·중 의회간 협력의정서에 따라 발족된 국회의원 외교단체이다. 이 단체의 회장은 관례적으로 양국의 부의장이 각각 역임해 왔으며, 상호 격년제로 상대국을 방문하여 회의를 개최해왔다.

금년에는 지난달 20일 중국 북경에서 제8차 회의가 열렸으며, 이병석 부의장 외에 강길부 기획재정위원장, 신학용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김정훈 정무위원장,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 조원진 의원, 심윤조 의원, 민병주 의원이 함께 참석했다.

5일 한·중 양국의 공동 언론 발표(중국은 어제 오후 3시에 기 발표)는 이러한 양국 의회교류 사상 처음으로 당면 현안에 대한 의회 차원의 긴밀한 공조관계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것으로서, 지난 1992년 수교 이래 양적·질적으로 발전을 거듭해 온 한·중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동시에, 양국 정상이 최근 합의한 바 있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내실화를 위한 전략적 소통의 일환으로 평가됐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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