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5일 오전 수원지법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문)을 받았다.

3시간 여에 걸쳐 영장심문을 마치고 나온 이 의원은 다소 지친 듯 보였지만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한손을 번쩍 들고 "승리할 겁니다. 진실과 정의가 반드시 승리한다고 믿습니다. 국정원의 조작은 실패할 것입니다. 완벽한 조작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철저히 (소명) 했습니다. 진실은 승리합니다"라고 거듭 말하고 대기하고 있던 국정원 측 호송차를 타고 전날 구금됐던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향했다.

이날 영장심사에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비롯해 이 대표의 남편 심재환 변호사,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대표변호사 등 6명이 입회했다.

검찰 측은 수원지검 공안부 김훈영 검사 등 3명이 나왔다.

전날 국회 체포동의안이 처리되면서 국정원에 강제구인된 이 의원은 이날 오전 법원에 도착, 차에서 내리자마자 법원 출입구까지 약 20m 거리를 국정원 직원 5~6명에 의해 떠밀려 들어갔다.

차에서 내린 이 의원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고 일부 지지자와 잠시 손을 잡기도 했지만 국정원 직원들의 제지로 포토라인에 서보지도 못한 채 난감한 표정으로 단 몇 초만에 심문실로 들어갔다.

전날 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은 밝은 표정이었지만 수척해진 얼굴로 전날 국회에서 강제구인됐던 때와 같이 검은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 차림이었다.

이 의원이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자 '국정원 해체' '이석기 석방' 등 피켓을 들고 나온 당원 80여 명은 법원 안팎에서 구호를 외치며 이 의원을 응원했고 일부는 국정원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또 보수단체 회원들이 '구속 척결'이라고 쓴 A4용지를 펼쳐보이면서 당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9개 중대 900여 명 경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 법원으로 향하는 길목과 법원 입구 포토라인 안팎을 겹겹이 에워싸면서 큰 충돌은 없었다.

이 의원에 대한 영장심사는 오상용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심리했다. 구속여부는 이날 밤 9시 전후로 결정될 전망이다.

이 의원은 구속될 경우 수원구치소로 구금돼 국정원을 오가며 조사를 받는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비밀모임 조직원 130여 명과 가진 모임에서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대규모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의원은 또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후 100여 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과 북한 혁명가요인 '적기가'를 부른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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