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골키퍼를 평가하는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안정된 방어 능력과 위치 선정, 왼발과 오른발로 모두 원하는 곳에 보낼 수 있는 킥력 등 다양하다.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바로 대범함이다. 골문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골키퍼에게 강심장은 필수다. 그런 면에서 올림픽대표팀 수문장을 맡고 있는 김동준(22·성남)은 일단 합격이다.

김동준은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골문을 지켰다. 그가 뒷문을 든든히 지킨 한국은 1위로 8강 토너먼트를 밟았다.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팀 훈련 후 만난 김동준은 "감기는 다 나았다. 몸상태는 100%가 아니라 120% 좋다.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회복을 알렸다.

김동준은 요르단과의 8강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신태용(46) 감독은 감기 몸살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김동준 대신 구성윤(22·콘사도레 삿포르)을 주전 골키퍼로 내세웠다.

결과는 1-0 승리. 이기기는 했지만 구성윤은 크고 작은 실수들을 연거푸 범하며 불안감을 자아냈다. 김동준은 "구성윤은 실점을 하진 않았다. 최선을 다했고 실점을 안 해서 고맙다. 무실점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요르단전 후반에 상대의 공세에 일방적으로 시달렸다. 모처럼 그라운드 밖에서 경기를 지켜본 김동준에게는 많은 것을 일깨워준 45분이었다.

김동준은 "나는 수비수들에게 강하게 이야기 하는 편이다. 밀리는 상황이라면 수비수들을 질책하면서 자신감을 넣어 줄 것"이라면서 "요르단전 후반에는 수비 라인이 뒤로 밀려났다. '라인을 끌어올렸으면 압박을 쉽게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고 소개했다.

한국은 오는 27일 카타르와 4강전을 갖는다. 이 경기에서 이긴다면 그동안 전 세계 어느 팀도 이루지 못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짓는다. 카타르전은 어쩌면 한국 축구사를 새롭게 쓸 중요한 한 판이 될 수도 있다.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에게는 부담이 될 법한 일전이지만 김동준은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원래 경기할 때 긴장을 안 하는 스타일이다. 외적인 것에 신경을 잘 쓰지 않는다"면서 예상 밖의 반응을 보였다. "축구 인생에서 중요한 경기일 수도 있겠지만 인생에서는 일부분"이라고 말한 김동준은 "물론 경기를 소홀히 생각하지는 않는다. 집중해서 세밀한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대회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카타르의 공격진을 두고는 "어차피 (황)희찬이 한테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운재(43) 코치의 지도는 경험이 부족한 골키퍼들에게는 큰 자산이 되고 있다. 김동준은 "항상 안정감을 강조하신다. 공을 잡는 것은 물론 그라운드에 뭐가 튀어나왔는지 등 세심한 부분까지 다 신경 쓰신다"고 고마워했다.

한국 최고의 골키퍼로 불렸던 이의 코치를 받고 있는 김동준이지만 모든 것을 흡수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김동준은 '이운재 코치는 현역 시절 흥분을 많이 한 편 아니었나'라는 말에 "난 스타일이 다르다. 그 부분은 배우지 않을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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