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된 원세훈(62) 전 국정원장 측이 법정에서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호소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보석심문에서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수사 단계에서 구속 상태로 충분히 수사를 받아왔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보석 허가를 주장했다.

이어 변호인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이해하지만 이미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피고인을 이렇게 구속 재판할 필요가 있느냐"며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원 전 원장은 "이런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죄송하다"면서 "황보연씨와는 돈을 주고받는 그런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4년간 관계가 유지됐던 점을 유념해달라"며 의견을 펼치기도 했다.

반면 검찰 측은 "인허가 알선으로 거액을 수수한 범행으로 사안이 중대하기 때문에 보석은 적절치 않다"며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 등을 볼 때 향후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또 "피고인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수장을 3년간 지냈기 때문에 상당한 사회적 영향력이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더욱 높다"며 "중형 선고 가능성으로서의 도주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보석을 불허해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 측과 검찰 측의 의견을 종합해 향후 보석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원 전 원장은 2009년 7월 홈플러스 공사를 수주하려던 황보연(62·구속기소)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모두 1억7450여만원의 고가의 선물과 현금 등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다음달 11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재판에서 황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심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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