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선수들과 목욕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먹으며 많은 얘기를 나눈다. 경기에서 느낀 점을 주로 조언하는데 다들 진지하게 귀를 기울인다.”

한국 여자핸드볼 간판 선수인 김온아(28)는 요즘 재활훈련에 한창이다. 지난해 11월 발목 인대 봉합수술을 받았다.

동료들은 오는 29일 막을 올리는 핸드볼코리아리그에 대비해 팀으로 복귀했지만, 그는 선수촌에 홀로 남아 구슬땀을 쏟으며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일과는 새벽 5시쯤이면 어김없이 시작된다. 이 때를 전후해 기상한 뒤 그라운드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이어 체조와 달리기, 아침 식사를 한 뒤 근력운동 등 힘겨운 재활 훈련에 돌입한다.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던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김온아(28)는 매우 피곤해보였다. 게시판에 붙은 ‘국가대표 생애주기 교육’ 공고를 가리키며 “자느라고 엄두도 내지 못낸다”고 고개를 젓는다.

두툼한 점퍼를 입고 선수촌내 휴게실 소파에 털썩 앉은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 4년간 걸어온 길과 올해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가야 할 길을 담담히 토로했다. 그 출발점은 4년전 악몽의 런던올림픽이다.

김온아는 요즘도 런던올림픽 첫 게임 스페인전을 되돌아본다. 첫 단추를 어디서 잘못 채운 것인지 복기해 본다. 몸 상태는 최상이었고, 자신감도 넘쳤다. 그는 “부상은 그런 때 찾아온다”고 돌이킨다.

그는 이 경기에서 무릎 인대에 부상을 입었다. 한국대표팀은 게임을 조율하는 주전 센터백의 낙마에도 선전했지만 결국 노메달(4위)에 그쳤다. 목발을 짚고 다니며 응원전을 펼치던 그의 올림픽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김온아는 “(센터백을)충분히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부족했다”고 했다. 가장 냉철하게 경기를 조율해야 할 순간에 평정심을 잃었다. 서두르다 보니 탈이 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센터백 한우물을 팠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했다.

그는 당시의 쓰라린 경험을 거울로 삼았다. 팀 소통의 물꼬를 트는 센터백의 기본에 충실하고자 했다. 소극적인 성격도 조금씩 고쳐 갔다.

“차 한 잔이나 하자며 커피숍으로 함께 가 많은 얘기를 했다. 목욕도 함께 했다. 동료선수들은 쓴소리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혹시 마음을 다치는 것은 아닌지 싶어 주저했지만, 조언을 해주자 고마워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올해 8월 막을 올리는 브라질 리우올림픽의 목표로 ▲금메달 획득 ▲유럽리그 진출을 꼽는다.

물론 쉽지 않은 목표다. 지난 연말 국내에서 지켜본 덴마크 세계선수권대회는 유럽 강호들의 각축장이었다. 경기 흐름이 놀랍도록 빨랐다. 몸으로만 밀고 들어오던 유럽 선수들이 가벼운 발놀림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유럽 골키퍼들의 수비 성공률도 한국 선수들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수비가 잘되니 속공 기회도 많았다. 강호 프랑스가 정해진 세트피스 한두 가지에 변주를 가해 무수한 공격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가 보는 유럽 팀 격파의 해법은 유기적 수비 전술이다. 식스제로(0-6) 일자 수비와 맨투맨, 또 변칙수비를 상대 전술에 따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코트 위의 사령관 센터백이 있다.

전남 무안의 딸부잣집에서 태어나 3자매가 모두 핸드볼과 인연을 맺은 핸드볼 패밀리의 김온아. 그에게는 꿈이 있다. 바로 유럽의 챔피언들이 겨루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끝무렵에 “관중들이 핸드볼 경기장을 꽉 채워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늘 텅빈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세계대회나 올림픽 무대의 열광적 현장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제 기량을 펼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요즘 남자 주인공 보는 재미에 푹 빠져 드라마 '리멤버'를 잊지 않고 본다는 김온아는 같은 팀(SK슈가 글레이더즈) 소속의 김선화(25)와는 자매지간이다.

지금은 핸드볼을 그만둔 큰 언니까지 포함하면 3자매가 모두 핸드볼과 인연을 맺은 스포츠 가족이다. 국가대표 자매 선수를 둔 부모는 막상 스포츠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점도 이채롭다.


◇김온아 프로필

▲생년월일 : 1988년 9월6일
▲신체조건 : 169㎝
▲출신교 : 무안초~무안북중~백제고
▲소속팀 : SK슈가글레이더즈
▲주요 성적 : 2008 29회 베이징올림픽 동메달
2009 SK핸드볼 큰잔치 득점왕
2010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동메달
2014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금메달
2015 제28회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여자핸드볼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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