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국정조사가 2차 청문회로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 회의론이 쏟아지고 있다.

진실규명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과도한 신경전과 말싸움, 고성 등의 격한공방으로 국정조사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이번 국정조사는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의 제척논란,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여부,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 등의 사안으로 처음부터 삐거덕 거리며 파행을 거듭했다.

어렵게 열린 청문회도 진실을 규명하기보다는 여야간 날선공방과 막말이 난무하는 등 부실 국장조사에 일조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여야는 부실 국정조사 책임론에 대해서는 서로 떠넘기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국정조사에 대해 강한 회의론을 보이고 있다.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국회에서 한정된 시간안에 진실을 밝히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수사 또는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는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권 의원은 "강제처분 권한이 없는 국회가 검찰에서도 제대로 밝히기 어려운 사안을 국정조사로 밝힐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하게 된다"며 "검찰보다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로 재판 중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하다 보니) 피고인이 국정조사와 충돌해 선서를 거부하는 사건 등이 일어났다"며 "국회가 정치적 공세를 취하기 위한 국정조사는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오전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국민들이 짜증스러워 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국정조사 그만하고 우리 좀 잘 먹고 살게 해 달라는 말이 많아 죄송스런 마음도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상황에서 청문회를 했는데 그래도 좀 개운하지가 않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게 기본적으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게 없다는게 없다"며 "실체가 없고 (민주당)계파들이 만든 내용이었다. 어차피 법정에서 재판할 때 할 것들인데 이것을 또 국회에다가 불러다가 한정된 시간 내에 하다보니까 한계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청문회 막말논란에 대해선 "저도 좀 민망했다. 사회에서 연장자에게 반말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나쁜사람"이라며 "그런데 여의도 국회에만 들어오면 잊어버리는 것 같다.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야권에서도 회의론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야권은 무엇보다 여당이 진실규명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보단 국정원을 변호하는데 몰두했고 핵심 증인들은 책임있는 답변보다는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하며 빠져나가기 급급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 출연해 "일단 국정조사에서 국정조사 위원들한테 수사권이 없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 사안에 대한 진상규명을 명확히 하자는 의지보다는 국정원 직원분들, 원세훈, 김용판의 국선 변호인처럼 질문을 했다"고 비판했다.

양 최고위원은 "원세훈과 김용판은 증인 선서도 거부했다"며 "핵심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언이 없는 것도 우리 국정조사의 한계를 드러내는데 대한 커다란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성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과정에서 국민들이 보시기에는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이런 점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포함한 새로운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막말·고성 청문회에 대해선 "과정이 순탄하지 못한 점, 막말이나 고성이 오간 점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며 "새누리당이 진실을 파헤치려고 하는 국정조사 과정에서 불통과 억지가 너무 많이 횡횡한 아쉬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