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경기에서 어렵게 웃은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선수들이 잘 견뎌줬다"고 칭찬했다.

흥국생명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KGC인삼공사와 2016년 첫 경기를 치렀다.

KGC인삼공사는 흥국생명을 만나기 전까지 17번의 경기에서 2승만을 거둔 올 시즌 최약체팀이다. 반대로 흥국생명은 직전 경기인 구랍 31일 선두 현대건설을 제물로 무실세트 승리를 챙겨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었다.

흥국생명이 1세트를 듀스 끝에 따낼 때만 해도 경기는 예상대로 전개되는 듯 했다. 하지만 KGC인삼공사가 2,3세트를 내리 가져가면서 분위기가 묘해졌다.

박 감독의 우려대로였다. 박 감독은 "새해 첫 경기인데다 많은 관중이 오셨다. 지난 경기도 잘 풀려서 경기 전 선수들에게 '주의가 너무 산만하다'고 이야기했다"고 소개했다.

4세트마저 20-23까지 끌려가며 패색이 짙어진 흥국생명은 그제서야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연속 3득점으로 동점을 만든 뒤 듀스에서 26-24로 승리,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완전히 흐름을 되찾은 흥국생명은 5세트에서 KGC인삼공사의 추격을 4점으로 막고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원했던 승점 3점은 아니었지만 연승이 이어진 것만으로도 적잖은 성과였다.

박 감독은 "세트 스코어도 지고 있는데 4세트에서 23점을 먼저 내줬으면 선수들이 포기할 수도 있는데 잘 견뎠다. 초반부터 밀리긴 했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얻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 감독은 벼랑 끝에 몰렸던 4세트 상황을 두고 "'견뎌라', '책임감을 가져라'고 주문했다"고 떠올렸다.

천신만고 끝에 거둔 승리에서 박 감독은 달콤함 뒤에 감춰진 단점을 찾으려 했다. 박 감독이 지적한 문제점은 너무 한 쪽으로 쏠린 공격 배분이었다.

박 감독은 "오늘은 선수들이 9m를 모두 활용하지 않았다. 라이트와 센터진의 점유율이 너무 낮았다. 레프트 공격수들이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매번 어느 정도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한다. 다만 안 됐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쉽게 승리를 놓친 KGC인삼공사 이성희 감독은 "선수들이 어려운 시기에 투혼을 발휘한 경기였다"면서도 "3-0으로 이길 수 있었는데 진 것과 센터진이 몫을 못한 것은 아쉽다"고 입맛을 다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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