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저가 빠진 삼성화재가 대한항공이라는 대어를 낚았다.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한 대한항공은 연승 행진이 6경기에서 멈췄다.

삼성화재는 3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3-2(21-25 21-25 25-15 25-22 15-12) 역전승을 거뒀다.

그로저의 대표팀 차출로 전력이 반토막이 난 삼성화재는 국내 선수들의 분전 속에 값진 1승을 챙겼다. 14승7패(승점 38)로 3위다. 5세트를 치르는 동안 범실은 10개에 그쳤다. 반면 대한항공은 실수로 42점이나 내줬다.

히어로는 김명진이었다. 2세트까지 고작 3점에 그쳤던 김명진은 3~5세트에서 무려 18점을 몰아냈다. 이날만큼은 그로저가 그립지 않았다. 이선규는 블로킹 4개 포함 16점으로 승리를 쌍끌이했다.

만원 관중을 불러모은 2위 대한항공은 역전 드라마의 희생양이 됐다. 15승7패(승점 42)에 머물면서 선두 OK저축은행(16승5패 승점 50) 추격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지석이 양팀 최다인 26점으로 펄펄 날았지만 홀로 결과를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한국전력전에서 과도한 세러머니로 논란을 야기했던 모로즈가 25점을 책임졌다.

1세트 초반에는 삼성화재가 경기를 주도했다. 이선규의 속공이 재미를 보면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고비 때마다 나온 상대 범실도 삼성화재를 도왔다.

리드는 끝까지 지속되지 않았다. 해결사의 존재 유무는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20-21로 끌려가던 대한항공은 확실한 카드인 모로즈의 후위공격으로 균형을 맞췄다. 반면 김명진은 21-21에서 김형우에게 블로킹을 당하더니 21-22에서는 네트 조차 넘기지 못했다.

김학민의 오픈 공격으로 세트 포인트를 만든 대한항공은 김형우가 또 다시 김명진의 후위공격을 떨어뜨리며 첫 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세트 중반까지 팽팽하게 유지되던 흐름은 16-16에서 대한항공이 내리 4점을 얻으면서 한 쪽으로 기울었다.

삼성화재가 2점차로 따라 붙자 모로즈가 나섰다 모로즈는 21-18에서 2연속 서브 에이스로 삼성화재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삼성화재의 반격은 3세트 들어 본격화 됐다. 김명진이 분발하자 균형이 잡혔다. 김명진은 1-1에서 어려운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더니 7-5에서는 후위공격까지 꽂아넣었다. 16-10에서는 서브가 네트를 맞고 득점으로 연결되는 행운까지 따랐다.

실수를 거듭하며 자멸하던 대한항공은 김학민, 한선수, 모로즈를 모두 빼는 충격 요법까지 써봤지만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3세트는 삼성화재의 25-15 승리.

삼성화재의 상승세는 4세트에도 이어졌다. 정지석에게 연속 득점을 헌납하며 무너지는 듯 했던 삼성화재는 김명진의 공격과 이선규의 블로킹, 류윤식의 오픈 공격을 묶어 20-19로 뒤집었다.

곧바로 이어진 긴 랠리 끝에 나온 김명진의 득점은 임도헌 감독의 어퍼컷 세러머니를 이끌어냈다. 김명진은 4세트에서만 10점을 냈다.

5세트 초반 삼성화재는 김명진, 류윤식의 릴레이 득점으로 손쉽게 우위를 점했다. 3-1에서 김명진이 정지석을 블로킹으로 돌려세운 장면은 두 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삼성화재는 차곡차곡 점수를 쌓으며 10-4로 도망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한항공이 김학민을 필두로 2점차까지 접근했지만 삼성화재는 최귀엽의 시간차로 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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