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세력이 센사람들의 다툼때문에 세력이 작은 약한 사람들까지 해를 입는다는 말로 힘센 사람들을 고래로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새우로 비유해 해를 입거나 다친다는 말로 비유한 것이다.

원내 유일의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악재가 겹치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17대 총선 이후 야권의 성적표가 진보정당의 의석수 증감과 비례관계였는데, 20대 총선을 앞둔 제1야당의 분화가 진보정당에 달갑지 않다.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 지지율에 비례한 의석수 보장)는 새누리당이 선거구 획정 논의 과정에서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야권이 총선에서 성공을 거둘 때 진보정당도 의석을 확대해왔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때 민주노동당은 10석을 얻어 처음 원내에 진출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127석으로 선전할 때,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과의 ‘야권 연대’를 바탕으로 의석을 13석으로 늘렸다.

반면 통합민주당이 81석에 그치며 참패한 2008년 18대 총선에선 민주노동당도 5석으로 축소됐다. 이는 전체 야권의 파이가 커졌을 때, 그 안에서 진보정당도 함께 확대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안철수 신당’과 분열해 야권의 총선 예상 성적이 어두워지는 것이 정의당으로선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제1야당의 위기 상황이 계속 확대되면서 정의당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줄었다.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새정치연합을 포함한 야권의 총선 연대·협력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안 의원에 대해선 “야권 지지자들의 열망을 외면하면서 자신의 대권 목표만 앞세운다면 아마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그러한 고민을 반영한다.정의당은 최근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5%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소수 정당이다 보니 대다수 지역구에선 거대 정당에 밀려 열세를 면하기 어렵다. 통합진보당이 19대 총선에서 확보한 13석 중 지역구는 7석이고 나머지 6석은 비례대표제를 통해서였다.총선 정당 지지율에 기반을 둔 비례대표 확보에 당의 사활이 걸린 셈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수용 불가 입장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연동 비율을 정당 지지율의 50% 의석만 보장하는 방안, 지지율 5%를 얻은 정당에 비례대표 5석(3~5% 정당엔 3석)을 우선 보장하는 방안 등 야당의 각종 중재안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결국엔 새누리당의 어부의 이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부의 이득이라는 뜻으로, 쌍방이 다투는 사이에 제3자가 힘들이지 않고 이득을 챙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사한 말로 '남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다' 그리고 '원님 덕에 나발분다' 는 표현이 있다. 차이점이라면 어부지리는 '자기들끼리 싸우다 제 3자에 의해 다같이 망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반면, 숟가락 발언은 '타인들이 쌓은 수고에 자신은 극히 미량의 공을 덧대었다'는 뜻이며, '원님 덕에 나발 분다'는 '타인의 경사 덕에 나에게도 경사가 생기다'는 뜻이다.

실제 역사의 사례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바로 그와 같은 사롈을 반증한다. 우선 아테네는 제국이라 불릴 정도로 강한 세력을 자랑했지만 연이은 개삽질로 나라가 꼴딱 망해버렸다.

그리고 나중에 마케도니아에게 무릎을 꿇는다. 스파르타는 전쟁은 승리했지만 애시당초 스파르타와 아테네가 포함된 그리스 연합이 페르시아의 침공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상황에서 적국인 페르시아를 끌어들인 바람에 대의명분과 지지를 잃고, 스파르타 자체도 제국을 이끌기에는 마땅치 않는 정치체제라 오히려 부작용이 많았다.

페르시아도 이오니아를 되찾았지만 크세르크세스 1세 사후에 일어난 정치적 혼란에 휩싸인 탓에 그다지 이득은 없었고 끝내 알렉산드로스 3세에게 밀렸다. 물론 제1야당의 ‘파국’에서 결국엔 새누리당의 어부지리(漁父之利)가 예상되지만, 야권이 행여 또다시 ‘단일화 드라마’로 반전을 꾀할지 경계하는 기색도 역력하다.새누리당은 일촉즉발까지 갔던 공천 룰 전쟁도 미룬 채 선거구 획정안과 쟁점 법안 처리가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로 지연된 점을 부각시키며 전선을 밖으로 돌렸다.

따라서 여권에서는 ‘안철수 탈당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조짐도 엿보인다. 문재인 대표가 당무를 뒤로 한 채 부산에 내려가 사실상 대야협상이 전면 중단되자, 선거구 획정안과 노동개혁 5법 등 쟁점 법안 처리가 지연된 책임을 돌리고 있다. 여기다 3년 전 문 대표와 안 의원의 연대가 파경으로 끝났음을 부각시키면서 ‘야권연대 심판론’까지 꺼냈다. 다가올 총선에서 대대적인 ‘야당 응징론’을 펴겠다는 의도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아니라 여당이 ‘야당 심판론’을 제기할 판세가 만들어졌다”며 “현재 17석 대 31석으로 여소야대인 서울의 판도도 뒤바뀔 만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새누리당 일각에선 ‘공룡 여당’ 출현에 대한 역풍이 불 것도 우려하고 있다.
서울중앙취재본부장 조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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