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황인걸 기자) 2005년 11월 30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의 입지가 나주시 금천?산포면 일대로 최종 확정됐다. 확정발표 후 10년째인 2015년 11월 30일.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은 14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완료하고 인구 1만1천명이 거주하는 신도시로 변모하면서 상전벽해의 증거가 됐다. <편집자>


2005년 11월 30일 오후 5시. 나주시 중앙로 남고문 앞에서는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혁신도시 나주유치를 염원하는 촛불 기원제가 열리고 있었다. “혁신도시 입지가 금천?산포면 일대로 최종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원제는 일순간에 축하연으로 변했다.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 그리고 눈물과 포옹으로 떠들썩한 가운데 인근 식당에서는 ‘혁신도시 확정 기념 소주안주 무료’라는 깜짝 이벤트까지 등장했다.
혁신도시 입지 나주확정은 날로 인구는 감소해가고 전남도내 시단위 중 낙후도가 높아지고 있던 나주시에 새로운 돌파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갖게 했다.
지난 100년 동안 침체를 거듭하던 천년고도 목사고을 나주가 다시 옛 영광을 되찾을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 것이고, 시민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으로 들뜨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온갖 위기를 극복하며 거둔 결실이었다. 참여정부가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강조하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 구상을 밝히자, 나주시는 2004년 10월 서울에서 지역 정치권과 기관 단체장 및 재경 향우 100여명이 모여 ‘정부공공기관 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유치활동에 들어갔다.
2005년 7월에 건설교통부가 혁신도시 입지 선정 지침을 발표하자 당시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가 ‘혁신도시를 광주 인근 지역에 건설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광주 인근지역인 나주를 비롯한 담양, 함평, 장성 등이 유치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장흥과 강진 등 여타의 자치단체도 낙후된 지역 발전을 모토로 내걸고 유치전에 뛰어 들어 피말리는 경쟁에 돌입했다. 나주시 정부공공기관유치 추진위원회는 낙후된 전남 중남부지역을 선도할 수 있는 거점 지역으로 생물산업, 농업 특화지역 등을 거론하면서 심포지엄 및 공공기관 방문 홍보 활동 전개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혁신도시 유치를 이끌어냈다.
광주시와 전남도 공동혁신도시 입지선정위원회는 후보지 평가 결과 금천?산포?봉황면 일원 약 380만평을 최종 입지로 확정 발표했는데, ▲지역혁신거점 마련을 통한 양 시도의 상생발전 도모 ▲자족형 독립 신도시 건설 ▲이전기관의 호응으로 당초 2006∼2012년까지 인구 5만명 자족 도시 건설을 목표로 내세웠다.

 

- ‘재검토 논란’위기를 지역민의 의지로 극복

2006년 혁신도시특별법 국회 통과 후 2007년 11월 7일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인 기공식을 갖고 순항할 것 같았던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재검토 논란이 불거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대규모 집회 등 열화와 같은 의지로 추진동력을 만들어내면서 정상추진 됐지만, 혁신도시 규모가 당초 380만평에서 222만평으로 축소되고, 조성기간도 상당기간 연기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우정사업정보센터가 지난 2013년 3월 공공기관으로서는 최초로 입주한 이후 농식품공무원교육원, 한국전력공사, 한전 KDN 등 모두 14개 기관이 입주 완료하여 5만 자족도시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내년까지 한국인터넷 진흥원과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 입주를 하게 되면 모든 이전기관이 빛가람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공공기관이 줄지어 이전하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가 이어지면서 혁신도시 조성은 활기를 띠었으나, 이전기관 임직원과 입주민들에게 필요한 교통과 편의시설, 병원과 교육여건 등의 정주여건은 기대치에는 못미쳐서 ‘나베리아’(나주+시베리아의 합성어)라는 용어가 나오기도 했다.
점차적으로 정주여건이 개선되면서 11월 30일 현재 빛가람동 인구 1만1천명, 주택공급 2만호, 학교 14개교, 빛가람동 주민센터를 비롯한 공공기관 2개소, 의료시설 6개소, 생활시설 610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호혜원 악취문제도 완전하게 해결되어 정주여건을 한층 향상 시키고 있다.

-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효과 높아

한국전력의 본사 나주 이전으로 광주?전남 상장 기업 순이익이 대폭 증가하여, 순이익 또한 전년 대비 341% 증가, 부채비율 32.47% 감소, 고용률 또한 62.7%로 지난해보다 0.1% 상승, 전국 평균 60.9%를 웃돌아 전국에서 5번째 높은 수준이라는 통계치가 혁신도시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나주시의 인구는 혁신도시 조성을 계기로 매년 감소에서 증가 추세로 반전되어 전년 대비 약 1만명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10만명시대를 앞두고 있다. 혁신도시를 비롯한 나주의 인구증가는 전남 도내 인구 증가추세를 견인하고 있는데, 특히 KTX 나주 정차횟수 확대는 나주 지역경제 발전은 물론 혁신도시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빛가람혁신도시에 에너지신산업 기업 500개 유치”
한전의 나주이전은 우리나라 최대 공기업이라는 효과를 넘어 세계시장과 겨룰만한 신성장동력으로 에너지와 에너지 신산업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나주 미래백년에 서광을 비치게 하고 있다. 한전이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 마이크로그리드,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신산업 관련 기업 500개를 유치해 ‘에너지밸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은 ‘나주 에너지 수도’에 근간이 되고 있다.
나주시에서도 이를 토대로 혁신산단을 에너지기업 중심 산단으로 조성하여 빛가람 에너지밸리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그 밖에 스마트 에너지 시티 조성, 산학융합지구지정, 에너지밸리센터 설립 등 핵심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 5월 나주에 실감미디어산업 기반조성센터를 완공하고, 내년 9월에는 에너지 밸리센터를 준공하여 에너지 신사업 분야 창업 보육과 에너지산업 발굴, 중소기업 R&D운영, 산학연 클러스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콘텐츠진흥원 등과 협력해 지역의 문화콘텐츠산업 기반도 함께 넓혀 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10년이 허허벌판 황무지에서 공동혁신도시의 기틀을 닦았다면, 앞으로 10년, 100년후에는 에너지 수도로 급부상하는 나주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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