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경복궁 서쪽지역 명칭 바로잡기,‘서촌’이 아니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옛 서울의 정취가 그대로살아있는 경복궁 서쪽지역은‘서촌’이라는 이름으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지만, 사실상 서촌은 역사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명칭이다.

종로구는 지난 5일 열린 종로구 지명위원회에서‘경복궁 서쪽지역을 옛 명칭인‘상촌(上村)’또는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세종마을’로 사용함이 타당하다고 의결했다.

종로구 지명위원회는 한국미술박물관장 권대성 위원, 한국땅이름학회 부회장 이홍환 위원, 시사편찬위원회 연구간사 나각순 위원,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 이규리 위원 등 지명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경복궁 기준 서쪽지역을‘서촌’이라고 부른다면, 그 반대편인 북촌은 ‘동촌’으로 이름 붙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조선시대 4대문 안에 형성된 마을인 동촌, 서촌, 남촌, 북촌, 중촌은 경복궁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도시의 방위(方位)’를 기준으로 붙여진 명칭이다.

조선시대 사료에 의하면, 서촌(西村)은 서소문 부근 또는 정동 일대를 이르는 것으로 경복궁 서쪽은 물이 내려오는 곳이라는 뜻의 상촌(上村) 또는 웃대에 속한다.

조선왕조실록과 이긍익의 연려실기술, 개벽, 별건곤 등에는 서촌을 모두 정동 일대로 기록하고 있다. 또한 1899년 11월 27일자 독립신문 1면 논설에는‘서촌에는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다섯 나라의 공사관이 있다.’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당시 5개국의 공사관이 모여 있던 지역은 바로 정동 일대이다.

지난 2011년, 역사적 근거도 없고 하락이나 쇠퇴의 이미지가 강한 서촌의 명칭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던 많은 주민들이 모여 사단법인 세종마을가꾸기회를 설립하고 이 지역을‘세종마을’이라 명명하는 선포식을 개최했다.

세종마을은 경복궁 서측지역인 11개동 전체(청운동, 신교동, 궁정동, 효자동, 창성동, 통인동, 누상동, 누하동, 옥인동, 통의동, 체부동)와 4개동(사직동, 필운동, 내자동, 적선동) 일부지역을 이른다.

김영종 구청장은 “잘못된 명칭을 바로잡는 일은 우리 역사를 지키는 일”이라며, “역사적 근거없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고, 마을의 정체성에 맞는 명칭을 사용하여 주민 모두가 자긍심을 가지고 아름답고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문 기자 igm@seoul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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