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개월 간 정부만 믿고 기다렸는데…. 이제와서 중대결단 운운하는 건 정말 웃기는 일 아닙니까."

정부의 '중대결단' 발언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회담을 통보한 우리 정부는 일주일째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북측을 향해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연일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4일 성명을 통해 "북한 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원하는 우리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 액수 또한 명시하며 본격적인 '중대 조치' 돌입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통일부에 따르면 우리기업 피해는 투자자산 4500억원과 영업손실 3000억원 등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애로상담센터 운영도 시작했다. 공단의 단전·단수 조치 및 공단 철수 공식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희노애락'을 오갔지만 이젠 실낱같은 희망마저 버리는 모양새다.

실제로 개성공단 정상화를 기대하는 곳도 얼마 없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경협보험금을 신청한 기업은 입주기업 123개사 중 총 110곳으로 그 규모만 2723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조만간 심의를 거쳐 늦어도 10일까지는 보험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는 사실상 기업들의 개성공단 철수 선언을 의미한다. 경험보험 약관상 보험금을 받은 기업은 공단 내 자산을 정부에 넘겨야 하기 때문. 다시 공단에 입주하고 싶어도 보험금을 되갚지 못하면 어렵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지난 4개월 간 썩은 가슴 쓸어내리고 눈물 흘리면서도 정부만 믿고 기다렸다"며 "이제와서 중대결단 운운하는 건 정말 웃기는 일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젠 기다릴 여력조차 없다는 그는 "감정가는대로 말하지 말고 현장에 있는 입주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며 "정부는 그야말로 불통(不通)"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입주기업 대표는 "정부가 피해는 피해대로 늘어나고 있는 기업들의 실상을 알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공단에 들어가 원부자재·완제품들을 반출했지만 "제품을 받아주는 거래처가 없다"며 "판매시기 다 놓친 제품을 받아주는 곳이 어디있겠냐"고 호소했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개성공단 정상화에 초점을 두고 의견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재권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기업인의 입장에서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옥성성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보험금 지급에 따른 자산 양도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릴 단계가 아니다"며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논의돼야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6일 서울 여의도 비대위 사무실에서 이와 관련 회의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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