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았습니다 쌓인 눈이 녹았습니다얼어붙은 땅위내리쬐는 태양 씨앗 깨우고,씨앗은 푸름 불러내고,겨우내 잠들었던 앞산 깨웠습니다 가슴 깊게 묻어둔 부싯돌 꺼내어 퉁깁니다따악, 따악,부딪쳐 튀어오르는 불똥에부싯돌마냥 닳고 닳은 가슴팍 아려옵니다 그래도 밤이 길던 날들은 갔습니다그날 이후그저 조용했던 심사다시금 시끄러워졌습니다겨울잠 들었던 육신이 봄 맞았습니다 산 열어 아침해 받드는 사람,호수가 가슴에 깃든 사람,봄이 너무나도 안성맞춤인 사람,세상 가득한 흔한 사람이 아닌 사람, 그런 사람이 되렵니다그런 사람으로 거듭나렵니다그런 사람처럼
민화투 하시는아버지와 이웃집 아저씨서사를 보는 아들아버지 20점 났다아저씨는 15점이다빈 종이에 숫자 적는 다어머니는 부엌에서쑤어 둔 묵을네모기둥으로 가닥가닥 썰고잘게 썬 김치 내어양푼에 함께 버무린 후사기대접에 담아아버지 한 사발아저씨 한 사발나도 한 사발받아 온 막걸리에묵사발은 동났구나!어머니 묵사발은 안 보였다.윤덕진 약력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덮으면 어둠펴면 광명보아 주세요찾아 주세요애타게 불러도대답 없는 그대그리움 띄운 사연에임은 오시지 않고언제 만나려나보고픈 내 임이여!윤덕진 약력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대구의 쪽방에서 다시 바뀐 현실,솟구치는 불안 억누르며담담한 척 여물먹는다 내 담담함은 허세 지나지 않거늘,본능은 왜 인간에게 공포를 줄까?감질나게 배급주듯이.... 지성이니, 이성이니, 오성이니, 감성이니, 개성이니, 특성이니, 인성이니하면서 허장성세 부리지만 누구나 뒤집어쓴하나의 얇은 막,속내엔 본능만이 가득한 프로그램된 생(生)철저한 지향성과 마주해부풀어오른 풍선 지나지않는 군상들 언제 또날카로운 바늘그 엷은 막 콕 찔러 터뜨릴지불안 사로잡혀 벌벌떠는 주제비지만 달력날짜 빨간표칠은 이어진다 숨가쁜 굴곡재앙 힘 잃은 쪽방 몽상에
새 시작의 염원 또 다른 또 하나의 시작 -다 잊었다고, 다 버렸다고, 다 정리했다고,앙다문 이빨로 맞이한 새 아침새로운 시작이다 그런데새 시작 찬양하여 조리있게 나가던 생각들이왈랑왈랑 밀려다니더니 웬 걸,그 중 대부분 어디로 갔는지순간 없어져버렸다 새 아침 황금빛 빛살폭포수처럼 쏟아져 새 시작 축원하는데눈을, 눈을 뜰 수가 없다 눈 감았는데도 눈부신 저 빛으로 해서시작도 못한 내가 찢어진다 하늘은 내 몸뚱이 밑에서만 움직인다언덕들 우릉우릉 돌아다니고땅이 하늘 향해 산들을 밀어올린다 내 몸속에서는투명한 바위 하나산맥인 양 불뚝 일어
마루 바닥 생각 가만히 잠겨 마루 바닥 내려다본다뻥 뚫린 옹이구멍 가슴팍엔 아주 오래된 나무 냄새,결이 거칠게 어떤 무늬 그린다 이 무늬위엔얼마나 많은 한숨과 죄의 발자국이,얼마나 오랜 시간들이 새겨져 있으려나얼마나 섧은 아픔들 보이지 않게 남겨졌으려나 오늘 나 흘린 눈물도 속속들이 여기 스며들어누군가에겐 흔적이 되고,누군가의 기억도 되다가새긴 얼룩으로 남겨져서는뒤에 올 누군가의 발에 한숨으로 밟혀질테지 지나간 누군가의 눈물 내가 밟고있듯여기 흘려질 또다른 누군가의 눈물또한 그 밑 내리깔려나무 바닥 썩히며 긴긴 시간으로 이어질테지
등 (燈) 그 밤의 풍경은 그렇게 돌올했어핏물어린 눈으로숱한 밤 지샜던 우리지금 어느 세월의 강에발 담그고 있는지,나는 아직 그 강의 이름을 몰라 점점 커지는 알약을 삼킨 건지가슴 터질듯 뻐근해오고... 내일이 여러 번 지나도지금 이 모습 잊을 순 없겠지,잊으려 애쓰는 한 편으론끝내 잊지 않으려 추악했던 날들떠올려보기도 하겠지, 아무것도 붙들 게 없을 땐상처도 힘 되는 시간이 있는데세월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나는 왜 사진을 볼 적마다이다지도 눈물겨운가?왜 모든 응시의 끝에는슬픔 찰랑이는가? 스트레스 배설되고달콤한 탈진감에 등 녹
나는 가고 너는 오고다람쥐 토끼 노루…같이 가는 길.하늘 보고 길 따라오르고 또 오르면산 나무 풀벌레 모두 반기네. 늘어진 소나무 가지어서 오라 손짓하고엎어진 큰 바위는 앉으라 한다큰 나무 작은 나무 키 재기하고우리아들 컸다고 자랑도 하네. 꼭대기까지는 아직도 먼데오솔길이면 어떤가!어차피 우리가 갈 길인 것을…윤덕진 약력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달잎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난 그냥 서있을 뿐거기 그냥 서있을 뿐, 문득 둥근 달을 향하여 묻다달이 답해줄 리 없는 걸 알면서 묻다 가슴속 말 꺼내지 않으면숨도 쉴 수 없을 듯 하여그저 물어볼 뿐, 달여울로 잎이 지다설운 몸짓으로 그늘 찾아 숨다겨우겨우 나의 발치 께 이거늘 기왕 떨어진 나뭇잎,발로 밟고 있다고 나뭇잎이 사라질까요?한껏 지르밟기를 반복한다면아마 형체는 흩어질 지 몰라요, 하지만그 자리 나뭇잎이 있었다는사실까지 사라지지는 않아요 세찬 도리질로그리움 갈무리할 즈음엔나뭇잎이 달로 오르다 달무리로 오른 달은달인 양 한
진주윤덕진영롱한 빛아름다움의 상징모든 귀금속과 함께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너나도 갖고 싶고누구나 품고 싶은 그런 보석 탄생의 뒤안길인고(忍苦)의 고통수많은 조개의 아픔인간을 위한 희생누구를 위한 삶인가? 너의 아름다움 속에고난(苦難)의 눈물이 녹아 있고나의 기쁨은다른 모두의 눈물일 수도 있다 윤덕진 약력▪ 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다 떠난 뒤독하게 맑은 날,날씨라도 흐리면 사랑 어기차게 나무라며다 떠난 뒤 혼자 남은 오늘견디기 한결 쉬우련만빛날 아래서꾀바르게 거드는 삶 이미논리성 상실상태넉장거리하고 누워서마음 하나에 마음 또 하나투영시키며,환치시키며,현실 아무리 막막해도 삶의 터 긍정하여자욱한 구름먼지 속이명으로 캐스터네츠 울리는박명의 시간 열린다사랑하는 이유 줄줄 많으면그건 사랑 아니다진짜 사랑은이유를 댈 수 없는 거그래서 사랑은 욕망의 순수한 증여,누구에게나 내재되어있지만여전히 매우 예외적이고 특별한 이야기,오늘은 그게 사랑이다 - 시의 창 -매일같이 이
가갸 뒷다리거겨 앞다리고교 윗다리구규 밑 다리낫 놓고 기역굴렁쇠 보고 이응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하고배움엔 왕도 없다, 노력이 보배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윤덕진 약력▪ 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내 마음의 겨울 돌아온 이 시련의 계절에는어차피 궁합 맞지 않는 만고의 천적검은 상복속으로 온 몸 응집시킨 새 한마리,장엄한 부리의 먹빛 예술 왜 사냐고 묻거든그냥 웃어넘길 순 없기에왜 묻냐고 되묻던산등성이 수수밭 스탕달신드롬에 오그라드는 손발,그 죽음과 상실의 겨울산에서 -등골 파고드는 추위 가시면어둠 잠겨 희끄무레한숲속 별빛 부스러기 쓸쓸하여 희망도 절망도 없던한겨울의 나목,차라리 욕망이란 상실에 대한 향수이며가족력 되어진 진득한 욕념의 냄새 신들린 무녀처럼광기로 번득이는 눈 치켜뜨고나약한 인정으로부터 탈출 시도하는내 인생의 카
칠십 년대 군대 생활사십오 년 지난 후아침 신문 읽다가육십 넘어 알았네‘총기 수입’은그 당시 총을 분해손질할 때 쓰던 말아무 생각 없이 뜻도 모르고그러려니 하고 썼다오늘 아침에서야청소한다는 ‘sweep’도 아니고손질한다는 ‘수입(手入 데이레)’알고 보니 일본말기분이 좋았을까요?윤덕진 약력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티라노사우르스의 거울 앞면. 티라노사우르스야!마주보는 두 개의 거울 볼 때 넌 어떤 기분이지?사 면이 유리로 된 어떤 방을 그려보아라거울속에 비치는 수많은 거울,그리고 숱한 공룡 분신,공룡은 벽면 나락으로 빨려들어가한 겹 두 겹 양파껍질 벗기듯마침내 허공만 남겨 허전한 모습일지니 결국 그건 거울속에서 바쁜공룡 소멸 이외엔 아무것도 아니리라 뒷면. 티라노사우르스야!벽 한 가운데 거울이 있는 걸 보아라무심코 그리로 걸어가 거울을 보아라그런데 아무것도 안보이지?거울속은 텅 비어있으리,거울 바로 앞에선 공룡 몸은 안보이고주변 흰 사각벽들만
온갖 정성을 다해그리고 또 그리고칠하며 또 칠하며붓은 캔버스 위에 현란한 춤을 춘다물과 색의 조화“빨주노초파남보”의 연주흐르는 색감의 선율미완성의 길목에서혼신의 힘을 다해 보지만남는 것은 허무와 고독피와 땀과 세월로 얼룩진자기 자신과의 싸움붓을 꺾을까 하는 괴로움으로몇 밤을 지새운 나날들화룡점정(畵龍點睛)눈동자 그리기가 너무나 멀다윤덕진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케익 배달부 나는 지금 달콤한 배달 중,입맞춤으로 채운 사연과 촛불잔치에 쓰일 사랑그리고가슴 벅차게 매달린 풍선으로에메랄드색 꽃차 타고 가지요 나는 지금 행복한 배달 중,은하수 별빛 가슴과 파랑새 고운 깃털그리고꿈의 향연 알리는 축제송으로무지개 다리 건너가지요 나는 지금 즐거운 배달 중,발렌타인 쵸콜렛과 미소 만발 축하멧세지그리고넘치는 샴페인잔 향긋한 버블로정열의 팡파레 울리며 가지요 나는 지금 달리고 있어요,숨이 턱에 닿아 힘은 겹지만아무도 없는 신새벽을 달려모두가 잠든 신천지를 달려황홀한 하루살이 배달하는 중이니까요 당신을 위해
충주호 안개 속에서 풀벌레 울음 황홀히 피어나는 어두움 속자신의 발소리에 으시시 놀라뒤돌아 보면 문득느껴지는 숨결 그건 차라리촉촉하니 비의 얼굴 내 벗은 종아리에호반의 너른 품이 물기 축여주고너무도 자욱한 그림자로 안개의 역사가새벽 네시의 수면 위에고귀한 손짓으로 뿌린다모락모락- 아마도 오래 전 여기에서시간의 촛점이 시작되었을 터이고빛이라 이름지어진전부의 빛이 명멸하였어도마지막 하나 남겨진 저 수은등처럼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태고의 버릇이 잉태 되었으리 안개 풀어 헤쳐신명나게 떠들어제끼던끈질긴 친구들도 모두 잠들고먼 골에서 날아든밤새
용광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새 생명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이번엔 어떤 옥동자가 나올까?대장장이는치고 또 치고때리고 또 때리고두드리고 또 두드리고호미와 낫, 괭이 등등그렇게 새 생명이 태어난다.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말의 구슬땀을 흘려야 했고등줄기가 휘어지도록풍구질과 함께한 인생길에서오늘도 예술가는 그 길을 간다.▶아호 도림(道林)▶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한국문인협회, 한국미술협회 회원▶시집 ‘내 고향 양평’출판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