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손윤덕진도시 살림 하다가‘농’ 자도 모르는 서울 여자부모가 물려주신 전답에씨 뿌려 거름 주고가꾸는 손, 마술 같아신기하게 잘 자라네 시어머니 봉양하고사 남매 뒷바라지와남편 내조로 흐른 땀이농사로 전달되어곱디고운 아내의 손거칠어진 손마디가짠하게 다가오네 윤덕진 약력• 시인,수필가,화가▪ 아호 도림(道林)▪ 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한국미술협회 회원▪ 시집 『 내 고향 양평』출판 2014
봄의 치유 봄햇살 흥건하니 달고 맛있어?허지만 창문일랑 살그머니 열어,행여 우당탕 소리 높이면창문밖 산수유 흥분해서꽃망울 팡팡 마구 터뜨릴테고그만큼 봄은 쉬이 갈 거란 말야 봄비 흠씬 젖어 무던히도 정겹지?그래도 발꿈치 들고 살며시 걸어,혹여 빗방울 튀어오르면울밑에 개나리 놀라서봉오리 화들짝 한껏 피울테고그러면 봄이 속히 질 거라니까 긴 긴 겨울 내내 눈물 넘기며아픔을 직업삼아숨 쉬듯 아파하다지쳐서 지쳐서 상처로 물든 인연 모처럼 살맛나는 봄이 예 왔는데따사한 볕바라기 시작도 하기 전에,살아있음이 축복인 봄은 예 있는데하늘과 눈맞추
을산아 이 글자 뭐니?아궁이 앞에서 부지깽이로 그려서“가” 자도 만들고“나” 자도 만들며서당 다니는 어린 조카에게십 여세 된 소녀는 묻고 또 물었다.고모는 “가“ 자도 몰라그것은 “나” 자잖아?어깨 넘어 글은 차곡차곡 쌓였다초등학교 문턱에도 안 가신우리 어머니!이렇게 한글을 배우셨다.어머니가 자랑스럽다.대학 나온 내가 부끄럽다-----------------약력- 시인, 수필가, 화가- 아호 도림(道林)- 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 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 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봄, 잡자 하이야니 빛나다 동시 와랑와랑 속삭인한낮의 가락연붉은 분홍색깔 빚어솔솔 흐르더니만 햇살 감실감실 움직거려 들어온다봄 느낌 잡았다손 가득, 방안 감도는 연황빛 고운 입자미세한 바람 나부끼는명주실로 하늘거려 제법 잘 익은 옥수수색염료랑돌고래 미소만큼 맑은 투명염료랑7대3 정도 비율 섞어 희석시키면, 그러면 기적처럼봄 그 느낌처럼어쩜 비슷한 색 나도 만들 수 있을지 몰라하고또 하고 또 또,자꾸 하다보면 마음에 새 봄 올 때 까지만이라도 - 시의 창 -어쩐지 이 봄에는 묵었던 때가 벗겨지고, 쌓였던 먼지가 털어내지는 역사의 대청
봄 맞았습니다 쌓인 눈이 녹았습니다얼어붙은 땅위내리쬐는 태양 씨앗 깨우고,씨앗은 푸름 불러내고,겨우내 잠들었던 앞산 깨웠습니다 가슴 깊게 묻어둔 부싯돌 꺼내어 퉁깁니다따악, 따악,부딪쳐 튀어오르는 불똥에부싯돌마냥 닳고 닳은 가슴팍 아려옵니다 그래도 밤이 길던 날들은 갔습니다그날 이후그저 조용했던 심사다시금 시끄러워졌습니다겨울잠 들었던 육신이 봄 맞았습니다 산 열어 아침해 받드는 사람,호수가 가슴에 깃든 사람,봄이 너무나도 안성맞춤인 사람,세상 가득한 흔한 사람이 아닌 사람, 그런 사람이 되렵니다그런 사람으로 거듭나렵니다그런 사람처럼
민화투 하시는아버지와 이웃집 아저씨서사를 보는 아들아버지 20점 났다아저씨는 15점이다빈 종이에 숫자 적는 다어머니는 부엌에서쑤어 둔 묵을네모기둥으로 가닥가닥 썰고잘게 썬 김치 내어양푼에 함께 버무린 후사기대접에 담아아버지 한 사발아저씨 한 사발나도 한 사발받아 온 막걸리에묵사발은 동났구나!어머니 묵사발은 안 보였다.윤덕진 약력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덮으면 어둠펴면 광명보아 주세요찾아 주세요애타게 불러도대답 없는 그대그리움 띄운 사연에임은 오시지 않고언제 만나려나보고픈 내 임이여!윤덕진 약력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대구의 쪽방에서 다시 바뀐 현실,솟구치는 불안 억누르며담담한 척 여물먹는다 내 담담함은 허세 지나지 않거늘,본능은 왜 인간에게 공포를 줄까?감질나게 배급주듯이.... 지성이니, 이성이니, 오성이니, 감성이니, 개성이니, 특성이니, 인성이니하면서 허장성세 부리지만 누구나 뒤집어쓴하나의 얇은 막,속내엔 본능만이 가득한 프로그램된 생(生)철저한 지향성과 마주해부풀어오른 풍선 지나지않는 군상들 언제 또날카로운 바늘그 엷은 막 콕 찔러 터뜨릴지불안 사로잡혀 벌벌떠는 주제비지만 달력날짜 빨간표칠은 이어진다 숨가쁜 굴곡재앙 힘 잃은 쪽방 몽상에
새 시작의 염원 또 다른 또 하나의 시작 -다 잊었다고, 다 버렸다고, 다 정리했다고,앙다문 이빨로 맞이한 새 아침새로운 시작이다 그런데새 시작 찬양하여 조리있게 나가던 생각들이왈랑왈랑 밀려다니더니 웬 걸,그 중 대부분 어디로 갔는지순간 없어져버렸다 새 아침 황금빛 빛살폭포수처럼 쏟아져 새 시작 축원하는데눈을, 눈을 뜰 수가 없다 눈 감았는데도 눈부신 저 빛으로 해서시작도 못한 내가 찢어진다 하늘은 내 몸뚱이 밑에서만 움직인다언덕들 우릉우릉 돌아다니고땅이 하늘 향해 산들을 밀어올린다 내 몸속에서는투명한 바위 하나산맥인 양 불뚝 일어
마루 바닥 생각 가만히 잠겨 마루 바닥 내려다본다뻥 뚫린 옹이구멍 가슴팍엔 아주 오래된 나무 냄새,결이 거칠게 어떤 무늬 그린다 이 무늬위엔얼마나 많은 한숨과 죄의 발자국이,얼마나 오랜 시간들이 새겨져 있으려나얼마나 섧은 아픔들 보이지 않게 남겨졌으려나 오늘 나 흘린 눈물도 속속들이 여기 스며들어누군가에겐 흔적이 되고,누군가의 기억도 되다가새긴 얼룩으로 남겨져서는뒤에 올 누군가의 발에 한숨으로 밟혀질테지 지나간 누군가의 눈물 내가 밟고있듯여기 흘려질 또다른 누군가의 눈물또한 그 밑 내리깔려나무 바닥 썩히며 긴긴 시간으로 이어질테지
등 (燈) 그 밤의 풍경은 그렇게 돌올했어핏물어린 눈으로숱한 밤 지샜던 우리지금 어느 세월의 강에발 담그고 있는지,나는 아직 그 강의 이름을 몰라 점점 커지는 알약을 삼킨 건지가슴 터질듯 뻐근해오고... 내일이 여러 번 지나도지금 이 모습 잊을 순 없겠지,잊으려 애쓰는 한 편으론끝내 잊지 않으려 추악했던 날들떠올려보기도 하겠지, 아무것도 붙들 게 없을 땐상처도 힘 되는 시간이 있는데세월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나는 왜 사진을 볼 적마다이다지도 눈물겨운가?왜 모든 응시의 끝에는슬픔 찰랑이는가? 스트레스 배설되고달콤한 탈진감에 등 녹
나는 가고 너는 오고다람쥐 토끼 노루…같이 가는 길.하늘 보고 길 따라오르고 또 오르면산 나무 풀벌레 모두 반기네. 늘어진 소나무 가지어서 오라 손짓하고엎어진 큰 바위는 앉으라 한다큰 나무 작은 나무 키 재기하고우리아들 컸다고 자랑도 하네. 꼭대기까지는 아직도 먼데오솔길이면 어떤가!어차피 우리가 갈 길인 것을…윤덕진 약력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달잎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난 그냥 서있을 뿐거기 그냥 서있을 뿐, 문득 둥근 달을 향하여 묻다달이 답해줄 리 없는 걸 알면서 묻다 가슴속 말 꺼내지 않으면숨도 쉴 수 없을 듯 하여그저 물어볼 뿐, 달여울로 잎이 지다설운 몸짓으로 그늘 찾아 숨다겨우겨우 나의 발치 께 이거늘 기왕 떨어진 나뭇잎,발로 밟고 있다고 나뭇잎이 사라질까요?한껏 지르밟기를 반복한다면아마 형체는 흩어질 지 몰라요, 하지만그 자리 나뭇잎이 있었다는사실까지 사라지지는 않아요 세찬 도리질로그리움 갈무리할 즈음엔나뭇잎이 달로 오르다 달무리로 오른 달은달인 양 한
진주윤덕진영롱한 빛아름다움의 상징모든 귀금속과 함께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너나도 갖고 싶고누구나 품고 싶은 그런 보석 탄생의 뒤안길인고(忍苦)의 고통수많은 조개의 아픔인간을 위한 희생누구를 위한 삶인가? 너의 아름다움 속에고난(苦難)의 눈물이 녹아 있고나의 기쁨은다른 모두의 눈물일 수도 있다 윤덕진 약력▪ 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다 떠난 뒤독하게 맑은 날,날씨라도 흐리면 사랑 어기차게 나무라며다 떠난 뒤 혼자 남은 오늘견디기 한결 쉬우련만빛날 아래서꾀바르게 거드는 삶 이미논리성 상실상태넉장거리하고 누워서마음 하나에 마음 또 하나투영시키며,환치시키며,현실 아무리 막막해도 삶의 터 긍정하여자욱한 구름먼지 속이명으로 캐스터네츠 울리는박명의 시간 열린다사랑하는 이유 줄줄 많으면그건 사랑 아니다진짜 사랑은이유를 댈 수 없는 거그래서 사랑은 욕망의 순수한 증여,누구에게나 내재되어있지만여전히 매우 예외적이고 특별한 이야기,오늘은 그게 사랑이다 - 시의 창 -매일같이 이
가갸 뒷다리거겨 앞다리고교 윗다리구규 밑 다리낫 놓고 기역굴렁쇠 보고 이응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하고배움엔 왕도 없다, 노력이 보배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윤덕진 약력▪ 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내 마음의 겨울 돌아온 이 시련의 계절에는어차피 궁합 맞지 않는 만고의 천적검은 상복속으로 온 몸 응집시킨 새 한마리,장엄한 부리의 먹빛 예술 왜 사냐고 묻거든그냥 웃어넘길 순 없기에왜 묻냐고 되묻던산등성이 수수밭 스탕달신드롬에 오그라드는 손발,그 죽음과 상실의 겨울산에서 -등골 파고드는 추위 가시면어둠 잠겨 희끄무레한숲속 별빛 부스러기 쓸쓸하여 희망도 절망도 없던한겨울의 나목,차라리 욕망이란 상실에 대한 향수이며가족력 되어진 진득한 욕념의 냄새 신들린 무녀처럼광기로 번득이는 눈 치켜뜨고나약한 인정으로부터 탈출 시도하는내 인생의 카
칠십 년대 군대 생활사십오 년 지난 후아침 신문 읽다가육십 넘어 알았네‘총기 수입’은그 당시 총을 분해손질할 때 쓰던 말아무 생각 없이 뜻도 모르고그러려니 하고 썼다오늘 아침에서야청소한다는 ‘sweep’도 아니고손질한다는 ‘수입(手入 데이레)’알고 보니 일본말기분이 좋았을까요?윤덕진 약력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티라노사우르스의 거울 앞면. 티라노사우르스야!마주보는 두 개의 거울 볼 때 넌 어떤 기분이지?사 면이 유리로 된 어떤 방을 그려보아라거울속에 비치는 수많은 거울,그리고 숱한 공룡 분신,공룡은 벽면 나락으로 빨려들어가한 겹 두 겹 양파껍질 벗기듯마침내 허공만 남겨 허전한 모습일지니 결국 그건 거울속에서 바쁜공룡 소멸 이외엔 아무것도 아니리라 뒷면. 티라노사우르스야!벽 한 가운데 거울이 있는 걸 보아라무심코 그리로 걸어가 거울을 보아라그런데 아무것도 안보이지?거울속은 텅 비어있으리,거울 바로 앞에선 공룡 몸은 안보이고주변 흰 사각벽들만
온갖 정성을 다해그리고 또 그리고칠하며 또 칠하며붓은 캔버스 위에 현란한 춤을 춘다물과 색의 조화“빨주노초파남보”의 연주흐르는 색감의 선율미완성의 길목에서혼신의 힘을 다해 보지만남는 것은 허무와 고독피와 땀과 세월로 얼룩진자기 자신과의 싸움붓을 꺾을까 하는 괴로움으로몇 밤을 지새운 나날들화룡점정(畵龍點睛)눈동자 그리기가 너무나 멀다윤덕진청계문학 시(2012년),수필 등단청계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매월당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송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